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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가치 증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20/12/28 조회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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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사회복지 가치 증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과장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이지현
사회복지 가치 증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

최근 몇 년간 불어온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거센 물결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새로운 풍경을 펼쳐 놓고 있다. 이미 1980년대에 존재했던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움직임이 더 이상 먼 미래나 공상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 버젓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 것인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건강, 정신건강, 사회복지 그리고 삶의 질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건강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라고 할 때, 의료 및 건강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일찍이 시작되어 가장 폭넓게 진행 중인 분야라 할 수 있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기술을 통해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체에 착용하거나 부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는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본래 각종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는 맞춤형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원격진료를 수월하게 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관리를 돕는 스마트 케어를 가능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생체신호 분석을 통한 위험 징후의 판단 및 경고를 통하여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이 확대되었다.

또한 의료용 로봇은 질병의 진단 및 수술 과정을 지원하거나 재활훈련 등에 주로 사용된다. 정교한 시스템으로 의사의 능력을 높여주는 데 목적을 두고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에서 개발한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수술 시스템(Da Vinci Surgical System)은 2001년 첫 수술 이후 국내에도 도입된 지 오래다. 로봇 수술은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부작용이 적고, 어려운 동작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으며, 최근 더욱 향상된 기능의 의료용 로봇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연속적인 계층의 물질을 뿌리면서 3차원의 물체를 만들어 내는 제조 기술인 3D 프린팅(3D Printing) 기술이 의료계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3D 프린팅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에 적합해 의수나 의족, 인공관절, 치아 보철물 등 환자에게 꼭 맞는 보형물 제작을 위해 활용되고 있으며, 보형물 제작 외에도 수술 시뮬레이션이나 모형을 이용한 수술 실습 등 의학 교육에도 사용된다.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는 인공지능, 로봇 기술, 스마트 케어, 3D 프린팅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발전해 오면서 초연결, 초지능, 자동화, 현실 범위의 변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실현해 왔다.

4차 산업혁명과 정신건강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분야 중 하나는 바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다. 가상현실이란 컴퓨터를 활용하여 삼차원적 시각, 입체적 음향, 움직임의 감지 및 반응을 통한 현실감 부여, 촉감 및 냄새, 음성인식 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에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테크놀로지를 일컫는다.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가상의 환경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시뮬레이션과 분명히 구분된다.

가상현실은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를 통해 외부 세계의 자극이 차단되어 온전히 화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머리의 움직임과 시선을 감지하여 제시되는 3차원 화면에 반영된다. 이 외에도 3차원 추적 시스템, 조이스틱, 3차원 마우스, 글러브 등 가상현실용 특수 하드웨어를 통해 구현된다. 사용자는 가상 세계에 몰입(Immersion)하고, 가상 세계의 인물과 연결되어 상호작용(Interaction)하며, 상상(Imagination)에 의해 주어진 가상 세계 속에서 콘텐츠의 시나리오를 경험하고, 맥락과 재미 또는 의미를 느끼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가상현실은 점차 발전하여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을 HMD에 장착한 형태의 장치가 일반화되어 모바일 가상현실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상현실은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게임, 테마파크, 여행, 관람, 스포츠, 가상 데이트, 가상 소셜, 쇼핑, 디지털 쇼룸, 미래공간 체험, 비행 및 특수운전훈련, 의료 분야 등이 그 예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의료 특히,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상현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과 국내 가상현실치료(Virtual Reality Therapy)의 발전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신건강 치료에 가상현실을 도입하여 그 효과성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 1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가상현실치료에 있어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가상현실은 조현병,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알코올중독, 인터넷 게임중독, 주의 집중력 장애, 우울증, 인지기능 장애 등 다양한 심리적 질환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으며 점차 확대 추세에 있다. 가상현실은 임상 현장에서 실제와 유사한 치료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일관성 있고 단계적이며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치료에 필요하나 실제로는 찾거나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들을 위험 요소로부터 안전하게 통제하며 제공할 수 있고, 특히 클라이언트의 욕구나 기능을 고려한 맞춤형 환경에 노출되어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증가시키게 된다. 최근에는 여러 웨어러블 기기를 가상현실 기기와 연결하는 기술적 혁신으로 생체신호를 반영한 가상현실 프로그램 구현이 가능하여 객관적 측정과 평가의 기능이 더해져 그 효용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상현실치료 장면, 사회공포증 발표훈련 가상현실 상황

4차 산업혁명과 사회복지 그리고 삶의 질

사회복지는 인간의 건강과 안녕, 삶의 질을 증진하는 최 일선을 담당하는 또 다른 분야이다. 사회복지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을 포함하는 인간의 전 건강 영역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총체적인 건강 증진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는 원조 전문직(helping profession)이라는 점에서, 사회복지와 과학기술의 융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쩌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복지 테크놀로지(welfare technology)’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사회복지의 미래를 논하면서 스마트 복지 시대가 언급되기 시작한 지는 오래다.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사회복지 분야의 중추적 역할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정신건강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가상현실치료는 이미 사회복지 분야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정신건강 영역은 병원 세팅이든 지역사회 세팅이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간호사를 포함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팀접근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국내에서 가상현실치료가 시작된 10여 년 전부터 임상적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가상현실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으며, 가상현실기반 사회기술훈련, 가상현실기반 인지행동치료를 실제로 시행하는 주된 임상가로 활동해 왔다.

전문 사회복지 영역으로 법제화된 정신건강사회복지 직역에서 과학기술과의 융합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최근 가상현실 프로그램의 개발이 활발해지고, 상품으로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의료사회복지, 지역사회복지 분야에서도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프로그램 개발 비용과 상품 구입 비용이 높아 보급되는 데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향후 수요의 증가로 인한 개발 및 출시 비용의 감소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활용은 노인, 장애인, 의료 및 정신건강, 아동 및 청소년 복지 분야에서 컴퓨터 기반 상담 및 훈련 프로그램, 스마트폰 기반 앱이나 챗봇, 드물게는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서서히 개발되고 사용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로 대학교 또는 대학원, 의료기관, 지역사회 기관 등이 협업하여 자체 재원을 활용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성격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금연 프로그램, 치매 노인 대상 인지재활 프로그램, 지역주민 대상 자살 예방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또한 사회복지 교육 영역에서도 가상현실 등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꾀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의학 교육에서 가상현실을 이미 활용하고 있고, 상담 분야에서도 상담 실습 과정에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사회복지 교육에 과학기술이 융합된다면 스마트 러닝을 활용한 새로운 차원의 체계적이고 정교화된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복지 분야의 이제까지의 행로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향후 사회적, 국가적 기대는 상당히 클 것이며, 따라서 사회복지계에 주어진 과제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복지에 안주해서는 어떠한 융합도 이룰 수 없다. 사회복지계와 과학기술계의 활발한 교류를 바탕으로 상호 이해와 협업을 통해 어느 지점에서 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국가를 향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탐색하고 정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와 과학기술의 융합은 인간의 안녕과 삶의 질을 증진하는 사회복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할 때 비로소 의의가 있다. 복지 사각지대의 소외된 당사자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복잡한 기술이 추가되면서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것은 엄청난 과오이다. “과학 기술은 탁월한 도구지만,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 필요, 기술이 균형을 이룰 때 도움이 된다.”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의 명언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강남세브란스병원, 4차 산업혁명과 의학, 『always young』 vol. 92, 21(4), 2017
오컴(편석준, 김선민, 우장훈, 김광집), 『가상현실』, 미래의 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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