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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정신건강 ‘더이상 김할머니처럼 학교폭력의 상처로 평생 동안 고통받는 이가 없기를 바라면서’
작성자 청주복지재단 등록일 2021/07/26 조회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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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학교폭력과 정신건강 ‘더이상 김할머니처럼 학교폭력의 상처로 평생 동안 고통받는 이가 없기를 바라면서’

신정인
청주시서원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신정인
중장년층 1인 가구의 증가와 사회적 고립 이슈
우선 학교폭력과 정신건강의 정의를 알아보겠다.

  학교폭력의 정의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 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 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위키백과). 정신건강의 정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국어사전). 정신적, 사회적, 도덕적으로 양호한 상태이다(WHO).

  최근 센터에서 관리 중인 회원 한 분인 김할머니가(가칭) 자살을 하셨다. 70대 후반으로 평소 우울증을 앓고 계셨다. 현재는 초등학교로 불리지만 그 당시 국민학교를 다닐 때 김할머니는 학교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이유는 소아마비후유증이 문제였다. 친구들은 김할머니에게 매일같이 심한 놀림을 하면서 따돌렸다. 결국 김할머니는 학교폭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졸로 학업을 마쳤다. 더이상의 진학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괴로움일 것이라는 아버지와 김할머니의 결정이었다. 여기서부터 김할머니의 우울증이 시작되었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우울증과 함께였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누구보다 우울증을 떨쳐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자살이라는 엄청난 결과로 생을 마감하셨다.

  근 유명인에 대한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하겠지만 이미 우리 사회가 아동기부터 학교폭력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불어 유년 시절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아픔으로 간직한 학교폭력의 피해자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교육부에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매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응답률에서 13년 9만 4천 명이었던 것이 20년 2만 7천 명까지로 줄었지만 아직도 피해자의 수는 상당하고, 빙산의 일각처럼 숨겨진 피해자의 수까지 파악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피해응답률

  다음은 학교급별 피해응답률이다. 그래프에서도 뚜렷하게 나오듯이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의 피해가 상당하다. 줄어드는 듯싶다가도 다시 반등하는 그래프를 보면 안타까움 마음이 크다. 아이가 학교에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학업을 이어가야 하지만 현실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학교급별 피해응답률

학교폭력의 피해학생은 일반적인 스트레스를 넘어 우울증이나 자살 문제를 보일 수 있다. 지난 2013년에 학교폭력 피해 후 자살생각에 대해서 물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10명 중 4명은 피해 후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이며 그 수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13~19세 청소년이 자살하고 싶은 주된 이유는 성적 및 진학문제(39.2%), 가정불화(16.9%) 순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과 자살시도는 우울, 불안 및 분노, 적대감 등 정신 문제와 연관성이 깊다.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학교폭력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말이다.

다수의 논문에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은 우울과 불안, 예민함 등의 피해를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간 피해를 본 학생들은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피해 경험은 타인에 대한 경계나 신뢰 결핍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 피해학생들은 타인에게 거부당하는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부민감성’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인생을 세탁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최근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외침에서 들었듯이 기억에서 쉽게 잊힌다거나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그들은 폭력의 경험으로 인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디든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면서 만성적인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김할머니의 사례처럼 정서 조절 장애, 부정적인 자아개념 등이 나타나고, 또 타인과의 관계 기능장애 등 대인관계에 문제를 가져와 결국에는 지속적인 성격의 변화로 전환되는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될 경우에 정서나 인지조절이 어려워지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 삶, 가치관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김할머니처럼 대인관계 유지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현상이 유지되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은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국의 미성년 자녀를 둔 4,008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부정적 생애경험에 대한 회고적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영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 및 노인기 등 전 생애 주기에 걸친 학대와 폭력경험의 상호관계성을 분석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8.9%가 부정적 아동기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재 가정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2,153명 중 52.8%는 아동기와 성인기 모두 피해를 경험했으며, 36.7%는 아동기에 부정적 생애경험을 갖고 있었다. 과거 생애과정을 통틀어 피해경험이 없는데도 가정폭력을 휘두른 경우는 9.1%에 불과했다. 또 아동기 부정적 경험 점수가 0점인 경우 자녀학대 가해 경험이 16.2%로 확인됐지만 7점 이상인 경우 67.1%로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배우자 폭력의 경우에도 아동기 부정적 경험 점수가 0점 일 때 배우자 폭력 가해가 4.6%으로 나타났지만 7점 이상인 경우에는 61.2%로 1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듯 아동기 학대경험은 과거 성인기 폭력경험과 맞물려 있으며 이는 다시 현재 가정폭력 가해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학대와 폭력은 전이되고 순환 및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온전하고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환경을 만든 것이 아닌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2019년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보면 평균가구원수가 2.4명이다. 가족,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이제 어색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없는 사회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사회라는 인간 집단이지만 폭력이라는 상황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고, 언제든지 가해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는 과연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도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통계에 따르면 가해와 피해를 모두 경험한 학생은 전체 학교폭력 경험자의 10.3%). 한편으로는 학교폭력의 나비 효과로 인한 정신건강의 문제에 더이상 물러설 자리도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던 정신건강의 국어사전과 WHO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하겠다.

자살로 돌아가실 때까지 외부 출입을 꺼리던 김할머니는 매일같이 센터 사례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울증 약 부작용을 호소하셨다. 수십 년간 우울증 약을 복용하셨는데 정말로 부작용을 모르셨을까? 아마도 그 누구보다 부작용에 대해서 잘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럼 왜 매일같이 사례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셨을까? 그것은 김할머니만의 세상에 대한 노크는 아니었을까? 노크에 문을 열어 반갑게 맞이해 주는 누군가에 대한 기대는 아니었을까? 2021년 우리는 너무나도 편리하고 윤택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녕 우리의 정신건강에 대해서도 양호한 상태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매일같이 뉴스로 접하는 정신건강 문제에 따른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삶에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물질적인 풍요에만 집중하고 있을까? 우리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동 협동화 서원정신건강복지센터

또한 핵가족화와 인구수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해 우리 사회는 공동체 의식이 매우 약화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개선의 노력은 미흡하다. 건강한 사회여야 나와 가족이 건강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의 정신건강을 되찾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따뜻한 작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그리다 서원정신건강복지센터

마지막으로 센터 회원분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마음을 그리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의 외적 성격과 내적 성격을 그림으로 표현해 모아서 보았더니 재미있는 모양이 나왔다. 외적으로 밝은 성격과 외적으로 어두운 성격도 있었고, 내적으로 밝은 성격과 내적으로 어두운 성격도 있었다. 중심핵을 자세히 보면 편안함, 눈물, 선함, 우울, 상처 등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이렇듯 우리는 서로가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서로가 너무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우리는 융화에 강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함께하기 때문에 우리인 것이다. 그렇다! 우리에겐 역경을 극복할 충분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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