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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작성자 청주복지재단 등록일 2021/10/25 조회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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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늦었지만 반가운, 한발 나아갔지만 부족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넘어 모든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 폐지’가 필요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외국인근로자의 장기체류 정책과 차별 없는 사회를
 
폐지

2021년 10월 1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와 교육급여 크게 네 가지 급여가 있는데 2015년 교육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고, 2018년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이후 세 번째 급여별 폐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주거·교육급여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앞선 두 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전혀 보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경우 그 내용이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각각 834만원, 9억원 이하일 때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폐지라기보다는 ‘완화’라고 해야 정확하다.

1.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와 부양의무자기준

1999년에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활보호법을 대체한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부조다.
생활보호법에서는 인구학적 기준을 통해 생활보호제도의 신청 자격을 제한했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인구학적 기준을 폐지하고 ‘전 국민에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시행됐다.
헌법이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34조5항)하는데 반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해 최저생활을 보장(1조)한다고 그 목적을 정의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급여의 권리가 발생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전 국민을 급여의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확대하며 사회보장제도가 포괄하는 사회권의 진일보를 이뤄냈지만, 제도의 수립 이후 수급자는 인구의 3%내외를 반복했다. 전체 절대빈곤인구에 한참 미달하는 이 숫자는 공공부조의 확보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시민들이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오랫동안 낮은 급여수준, 넓은 사각지대, 낙인감과 같은 선별적 복지의 나쁜 점을 대표하는 제도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중에서도 부양의무자기준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부양의무자는 서로 가구를 달리하는 1촌 내 직계혈족 및 배우자를 의미하는데, 자녀와 자녀와 혼인관계를 맺은 자 그리고 부모와 그들과 혼인관계를 맺은 자를 포함한다.
부양의무자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과 재산이 있을 시 수급비를 삭감하거나 수급권을 박탈하는 부양의무자기준은 제도 개선 이전 80만명 이상의 복지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지적되었고, 수많은 비극적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2012년 거제 시청 앞에서 사망한 이씨 할머니는 사위의 소득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뒤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법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냐’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조사에 따르면 그의 사위는 당시 몸이 아파 입원중이라 실제 소득이 없었지만, 전산망상 드러난 그의 2011년 소득이기준을 조금 상회한다는 이유로 이씨 할머니의 수급권이 가차없이 박탈된지 두달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2013년에는 신부전증으로 요양병원에 있던 50대 남성이 사망했다.
이혼 후 가족을 떠났지만 딸의 취업으로 소득이 발생해 수급에서 탈락한다는 통보를 받은 뒤였다. 그는 이제 사회초년생이 된 딸에게 병원비를 의탁하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비극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12월 서초구 방배동에서 사망한지 5개월이 지난 주검으로 발견된 어머니가 있었다. 이혼 후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둘이 살던 그는 이혼한 전남편과 다른 자녀가 부양의무자로 등록되어 있기때문에 생계, 의료급여는 신청하지 않고 주거급여만으로 생활했다.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 수급권을 보장하도록 특례를 두고 있지만, 전 남편과 자녀에게 연락이 간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껴 신청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부양의무자기준조차 폐지하지 못한 사회에서 가난한 이웃의 죽음을 그저 추모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할까?

2. 문재인정부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 여기서 멈추는가

부양의무자기준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2000년부터 가장 심각한 오점으로 지적되었지만 부양의무자기준의 범위나 소득재산기준을 약간씩 완화했을 뿐 크게 변화하지 않고 10년 이상 운영되었다. 2012년 8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장애, 빈곤운동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역사에 농성장을 만들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2017년까지 1842일, 5년에 걸친 농성을 진행했다.
시민들에게 생소했던 부양의무자기준의 문제점은 그렇게 사회보장제도의 주요 문제점으로 거론되었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2017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결정했고, 2017년 광화문농성장을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부양의무자기준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이 약속에 대한 신뢰를 갖고 5년의 농성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단계적’으로 성취해나간다는 이유로 무척 느리게 진행되었다.
2017년 11월에는 수급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 양쪽 모두에 장애연금을 받는 중증장애인이나,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 수급자가 거의 늘지 않았다. 2018년 10월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는 성과가 있어지만 이후 2019년 생계,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는 보호종료아동과 한부모가구의 경우에도 만 30세 이하로 완화 기준을 제한하는 등 신청자들에게 체감되는 혁신적인 대책이라기보다 아주 미약한 수준에만 머물렀다.
2019년 주거급여 수급자 숫자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이후 꾸준히 증가한데 반해 생계, 의료급여 수급자는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등 빈곤 개선 효과가 적었다.

2015년 7월 교육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2017년 11월 수급가구와 부양의무자가구 양쪽에 중증장애인 혹은 노인이 포함되어 있고 부양의무자가구가 소득하위 70%에 속하는 경우 (생계·의료) 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2019년 1월 부양의무자가구에 소득하위 70%이하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포함된 경우 (생계)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부양의무자가구에 소득하위 70%이하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의료)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만 30세 미만 한부모가구, 보호종료아동 수급(신청)자에 대해 (생계, 의료)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2020년 1월 중증장애인이 수급가구에 포함되어 있을 경우 (생계)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소득 834만원, 재산 9억 이하)
2021년 1월 노인, 한부모 가구가 수급신청을 할때 (생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소득 834만원, 재산 9억 이하)
2021년 10월 전체 가구 유형에 대해 (생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소득 834만원, 재산 9억 이하)
2022년 1월 부양의무자가구에 소득하위 70%이하 노인이 포함된 경우 (의료)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2020년 발표되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담겠다고 하였으나 지난 해 발표된 종합계획에서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계획이 담기지 않았다.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 남은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는 2022년 1월에 시행될 노인가구에 대한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만이 남아 임기 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를 두고 ‘60년만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로 지칭하는 등 과장된 수사를 동원했다. 정부의 표현에 걸맞으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를 비롯해 ‘부양의무자’의 정함 전부가 삭제되었어야 하지만 여전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부양의무자기준이 남아 있다. 동일한 정책 내용을 몇 년 사이 여러번 반복해서 발표하느라 정부는 실제 정책의 진전보다는 수사를 소모하는데 더 많은 역량을 쏟은 것 같다. 사람들은 이제 부양의무자기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려니 생각하지만, 오늘도 복지제도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의 문턱을 넘었다가 실망하고 돌아선 가난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부양의무자기준은 여전히 남아 있다.

3.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염원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을까? 의료급여는 그 역할을 고려할 때 몸이 아픈 빈곤층에게 어떤 급여보다 중요한 급여다.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재정을 비롯한 어떤 외부요인과도 우선순위를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다른 급여에 비해 유독 더디다. 단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걸까? 부양의무자기준 완화가 아니라 폐지가 필요한 이유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효과가 단지 빈곤층 복지사각지대를 개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목표는 가족과 개인에게 떠넘겨운 빈곤의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되찾아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질병, 장애, 노환 등 사회와 타인의 도움을 가장 강력하게 호출하는 때 그 첫 번째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겨왔고, 빈곤이라는 최종적 위기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 1인가구가 전체 가구 유형의 31%를 차지해 가장 많은 가구 유형이 된 현재 정상 가족을 모델로 한 복지제도는 명백히 시효 만료했다. 우리는 정상 가족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가족에게 충분한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다.

빈곤층의 죽음이 알려질 때마다 언론과 정부는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수선을 떨지만 질문이 잘못되었다. 우리의 질문은 왜 한국의 빈곤 가족은 ‘함께’ 죽는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가족에게 떠넘기는 복지책임의 악순환을 고려하지 않고 가족의 동반 죽음을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 없이도 살 수 있을 때 가난한 가족도 살 수 있다. 가난한 이들의 생이 가족의 동반 죽음으로만 세상에 걸어나오는 사회를 이대로 지속할 수 없다. 개인과 가족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사회보장의 첫 책임자가 되는 사회로의 전환, 빈곤층을 단지 돕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라는 덫을 해체하는 사회로의 전진이 필요하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는 그 첫 단추다. 빈곤의 특성상 빈곤 정책은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이행될 때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더이상 어떻게 더 기다린단말인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조속히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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