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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로봇의 사회적 가치
작성자 청주복지재단 등록일 2023/10/31 조회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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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돌봄 로봇의 사회적 가치

박경옥
박경옥 강릉원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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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로봇을 이제 식당, 공항, 병원에서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가정에서 널리 사용하는 로봇청소기를 로봇으로 부를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지만 기존 제품과 달리 사람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 스스로 청소를 한다는 점에서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국제 표준화 기구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에서 정의한 로봇은 ‘외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를 말합니다. 로봇을 적용하는 목적, 장소, 신체 부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자동차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 식당에서 음식을 손님 상으로 옮기는 서비스 로봇, 수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로봇들이 있습니다.

돌봄 로봇은 어디에 속하며 어떻게 분류될지 명확히 정해진 바는 없으나 여러 연구에서 돌봄 로봇을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생활을 보조하는 로봇”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식사나 배설을 보조하는 로봇, 이동이나 이승을 보조하는 로봇, 체위 변경 로봇, 목욕 로봇 등을 돌봄 로봇으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돌봄 로봇에 대해서 처음 듣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반응을 합니다.

“체위 변경에 힘이 많이 드는데 로봇이 하면 훨씬 수월할 거 같아요.” “어르신을 돌보는 일에는 하찮아 보이지만 안 하면 티가 나는 잡다한 일이 많은데 그런 자잘한 일은 로봇이 하면 편리할 듯싶네요.” “코로나 때 우리가 경험했잖아요. 바이러스가 있는 위험한 곳에, 안전에 문제가 있는 곳에 로봇을 투입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런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부정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로봇 돌봄이 사회적 관계를 훼손하고, 타인과의 사회적 연결로부터 개인들을 떼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보자면, 많은 기관이 비용 절감을 위해 돌봄 직원들을 감축하고 사람 대신 기계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그리되면 돌봄 일자리는 줄어드는 대신 보살핌이 필요한 고령자들은 점점 더 사람과 접촉할 기회를 차단당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염려가 생길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반응은 노인은 물론 노인을 돌보는 분들과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선행 연구들에서도 돌봄 로봇에 대한 걱정과 기대는 비슷합니다. 돌봄 로봇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면 돌봄 로봇을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돌봄 로봇 연구를 시작할 때 처음 생겼던 의문은 ‘기술 기반 돌봄의 사회적 관심을 막을 수 있는가? 즉, 로봇에 의한 돌봄을 막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아니오’입니다.

그 이유는 현장에서 노인을 돌보는 분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기업들이 돌봄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도, 돌봄 로봇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도 모두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데 돌봄을 제공할 인력은 충분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험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이 돌봄 로봇을 개발하여 공급한 초기에는 그 목적이 노인을 도와주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립(自立)지원이었지만, 지금은 돌보는 사람을 보조하는 케어(Care)지원으로 그 중심점이 바뀌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선행연구에서 돌봄을 주는 자는 돌봄 로봇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로봇이 저 대신 욕하는 어르신을 돌보면 감정적인 상처를 피할 수가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보호자로부터 어르신을 학대했다고 의심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 어르신을 돌봄 로봇이 돌보면 그런 오해을 받을 염려는 없겠군요.” “체중이 좀 나가는 어르신은 아무도 돌보려고 하지 않아요. 들고 앉히는데 너무 힘이 들거든요”

이와 같은 인터뷰 내용은 돌봄 로봇이 케어지원으로의 기능을 하고 돌봄을 주는 사람들의 돌봄 부담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하는 다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그러면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는 돌봄 로봇으로부터 어떤 이로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람 돌봄 제공자로부터 받는 따뜻한 말과 손길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돌봄이라는 영역은 너무 넓어서 그렇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목욕을 하거나 배변을 봐야하는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몸을 누군가가 씻기고, 배변하는 동안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존재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돌봄 로봇이 사람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인터뷰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로봇으로부터 받는) 서비스가 덜 인간적이지만 덜 부담스럽고 덜 불편하고 덜 수치스러우며 돌봄 제공자에게 덜 미안하다... ’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돌봄 로봇에 대한 염려가 있지만, 돌봄 제공자의 부족과 돌봄을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돌봄 로봇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돌봄 로봇에 의한 돌봄 또는 기술을 이용하여 돌봄을 제공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라는 애초의 질문에 대해 제가 ‘아니오’ 라고 답한 것은 맞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돌봄 로봇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어 돌봄 로봇에 대한 개발과 지원은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돌봄 로봇에 의한 돌봄, 기술 기반 돌봄 체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돌봄 로봇과 실제 사용하는 돌봄 로봇의 기능적인 간극이 커서 로봇만으로 돌봄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사람 돌봄 제공자와 돌봄 로봇이 함께 돌봄을 제공해야 안전하고 편안한 돌봄이 될 수 있습니다. 선행 연구에서 이를 삼각 모형이라고 했습니다. [돌봄 주는 사람 – 돌봄 로봇- 돌봄 받는 사람]이 함께 하는 모형입니다. 이 모형에 의하면 돌봄 로봇이 상용화되어도 돌봄 로봇을 이용한 돌봄을 할 때는 반드시 사람 돌봄 제공자의 관리 감독하에 돌봄이 제공되어야 하므로 사람 돌봄 제공자를 해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가의 돌봄 로봇을 고장 없이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루는 사람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훈련만이 돌봄 로봇을 이용한 돌봄의 효과를 높일 것입니다.

인터뷰에서 ‘잡일’로 표현한 필수 돌봄, 즉 대상자를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하찮게 보이지만 실은 필수적인 돌봄은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되면 힘과 시간을 아낀 돌봄 제공자는 로봇이 필수 돌봄 노동을 대신 해주는 동안 대상자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불쑥 로봇이 던져지기 전에 돌봄을 주는 사람의 관점에서 미리 준비한다면 이미 시작된 초고령화 사회를 잘 넘어가는데 한결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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